Bloghansangyou in # blurt • 3 hr. ago • 2 min read푸른 밤---나 희 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를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hansangyou in # blurt • 1 day ago • 1 min read내 일생쯤 너에게---양 광 모--- 사무치다는 말 좋으다 사랑에 사무쳐 그리움에 사무쳐 뼛속 깊이 사무쳐 심장 깊이 사무쳐 내 일생쯤 너에게 사무쳐 살아보고 싶다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여름밤---정 호 승---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 내일 밤엔 상추 잎에 별을 싸서 드려야지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가난한 사랑을 위한 시---이 정 하--- 내 너에게 해 줄 건 아무것도 없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너만 볼 수 있다는 가난하기 때문에 나만 보여 줄 수 있다는 보잘것없는 변명 미안하다 그대여 가진 게 너무 없어서 눈물밖에 줄 수 없는 이내 사랑이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여름비---박 이 화--- 호박잎처럼 크고 넓은 기다림 위로 투다다닥 빗방울 건너 뛰어 오듯 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불볕 아래 시든 잎처럼 그 아래 지친 그늘처럼 맥없이 손목 떨구고 늘어졌던 내 그리움의 촉수들이 마침내 하나 둘 앞 다투어 눈 떠 사방 꽃무늬 벽지처럼 내 마음 안팍을 온통 분간 없이 휘감아 뻗고 예고 없이 들이친 소낙비의 행렬에 또 한바탕 젖는 잎, 잎들 전선이 젖고 그 선을 타고 오는 그의 목소리 열대어처럼 미끌한 물비늘로 젖어와 어느새 내 몸은 출렁출렁 심해로 열리고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2 min read면면함에 대하여---고 재 종--- 너 들어보았니 저 동구밖 느티나무의 푸르른 울음소리 날이면 날마다 삭풍 되게는 치고 우듬지 끝에 별 하나 매달지 못하던 지난 겨울 온몸 상처투성이인 저 나무 제 상처마다에서 뽑아내던 푸르른 울음소리 너 들어보았니 다 청산하고 떠나버리는 마을에 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소리 죽여 흐느끼던 소리 가지 팽팽히 후리던 소리 오늘은 그 푸르른 울음 모두 이파리 이파리에 내주어 저렇게 생생한 초록의 광휘를 저렇게 생생히 내뿜는데 앞들에서 모를 내다 허리 펴는 사람들 왜 저 나무 한참씩이나 쳐다보겠니 어디선가 북소리는 왜…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욕심---나 태 주---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비어 있는 나의 잔 다 알아서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투정을 부리지 말아야지 나의 자리 낮음과 가난함과 나약함과 무능함 괜찮다 괜찮다 고개 끄덕여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1 min read눈물---피 천 득--- 간다 간다 하기에 가라 하고는, 가나 아니가나 문틈으로 내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 질 않아라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바다의 꿈---권 영 진--- 바다와 육지가 만나듯 만나기는 만난다.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는 아픔을 아는가 부딪치는 파도를 무심한 파도를 끌어안는 고통을 아는가. 끝내 바위는 은빛 모래가 되어 파도속을 자맥질하고 파도는 그 부드러운 가슴으로 어루만지는 비밀스런 그 만남을 아는가.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그 여름의 끝---이 성 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여름밤---정 호 승--- 너는 죽어 별이 되고 나는 살아 밤이 되네 한 사람의 눈물을 기다리기 위하여 모든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통곡하는 밤은 깊어 강물 속에 떨어지는 별빛도 서러워라 새벽길 걸어가다 하늘을 보면 하늘은 때때로 누가 용서하는가 너는 슬픈 소나기 그리운 불빛 죽음의 마을에도 별은 흐른다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사람 찾기---홍 윤 숙--- 사람을 찾습니다 나이는 스무 살 키는 중키 아직 태어난 그대로의 분홍빛 무릎과 사슴의 눈 둥근 가슴 한 아름 진달래빛 사랑 해 한 소쿠리 머리에 이고 어느 날 말없이 집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삼십 년 안개 속에 묘연 누구 보신 적 없습니까 이런 철부지 어쩌면 지금쯤 빈 소쿠리에 백발과 회한 이고 낯설은 거리 어스름 장터께를 헤매다 지쳐 잠들었을 지도 연락바랍니다 다음 주소로 사서함 추억국 미아보호소 현상금은 남은 생애 전부를 걸겠습니다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2 min read받기 어려운 선물처럼---김 종 삼--- 주일이 옵니다. 오늘만은 그리로 도라 가렵니다. 한켠 기다란 담장길이 벌어져 있는 얼마인가는 차츰 흐려지는 길이 옵니다. 누구인가의 성상과 함께 눈부시었던 꽃밭과 함께 마중 가 있는 하늘가입니다. 모-든 이들이 안식날이랍니다. 저 어린 날 주일 때 본 그림 카-드에서 본 나사로 무덤 앞이었다는 그리스도의 눈물이 있어 보이었던 그날이랍니다. 이미 떠나 버리고 없는 그렇게 따시로웠던 버호니의 눈시울을 닮은 그이의 날이랍니다. 영원히 빛이 있다는 아름다움이란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는 날이랍니다. 그럼으로 모-두들 머물러 있는 날이랍니다. 받기 어려웠던…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편지---김 남 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2 min read장마---엄 원 태--- 다시 또 종일 비 내린다 하늘은 내내 잿빛이다 구름은 윤곽마저 드러나지 않는다 어젠 잠시 개더니 저녁에 또다시 구름들 컴컴하게 서쪽 하늘에서 몰려왔다 노을의 붉음으로 구름은 제법 장엄한 표정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마음도 제풀에 컴컴해져서는 엄살이나 궁상을 떨지나 않았던지... 정작 비 내리면 마음도 잿빛으로 다 젖을 게다 그 어떤 지극함이란 형태가 없다는 것을, 윤곽이 없다는 것을, 정체마저 없다는 것을... 며칠 계속되던 비와 습기에 뼛속까지 젖어본 뒤에야, 문득 올려다본 하늘 그 무심한 잿빛에서 보았던 것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고백---피 천 득--- 정열 투쟁 클라이맥스 그런 말들이 멀어져 가고 풍경화 아베마리아 스피노자 이런 말들이 가까이 오다 해탈 기다려지는 어느 날 오후 걸어가는 젊은 몸매를 바라다본다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여름비---이 성 선--- 대낮에 등때기를 후려치는 죽비소리 후두둑 문밖을 달려가는 여름 빗줄기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을왕리---한 상 유--- 서툰 개꾼에겐 반나절쯤 질척여도, 좋지 어스름 선창께서 비린 바람 훅- 훅- 찔러대더니, 꾸- 욱 눌러 담은 지퍼 팩이 터진 듯 생떼거리로 물 차오르면 덤벙거려, 좋구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비가 시를 고치니 좋아라---이 도 윤--- 시를 고칠 때 비가 오니 좋아라 종이에 쓴 글자들을 툭툭 건드려 사람은 사랑이 되고 마을은 마음이 되고 동일은 통일이 된다 비가 시를 고치니 좋아라 땅에서 스멀거리던 입술들 묘지 위에서 죽은 풀들도 이슬이 데리고 가 구름이 되고 또 내려오시네 나의 아비도 빗방울로 다녀가시네 새의 날개로 후루루루 내려오시네 좋아라 다시 만나 좋아라 땅을 기어가던 호박꽃도 옆구리에 빗물 한 덩어리 모으시네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여름비---이 은 봉--- 엷은 안개 더미를 옆구리에 끼고 내리는 비 아픈 제 가슴을 칼로 저미며 내리는 비 버들가지를 흔들고, 망초 꽃대궁을 흔들고 찢겨진 하늘을 담은 저수지 위로 내리는 비 눅눅한 땅, 더욱 눅눅하게 적시는 저 여름비 속에는 무엇이 사나 해와 달이 가도 가지 않는 슬픔이 사나 설움이 사나 우울이 사나 쑥대궁을 흔들고, 신우댓잎을 흔들고 머리칼을 어지럽게 풀어 헤친 채 내리는 비 입 꽉 다물고 땅바닥만 쳐다보며 내리는 비 느릿느릿 한세상 죄 적시며 내리는 여름비